53년 다듬어온 '최강 볼트'… GE·지멘스에도 납품
[名門 장수기업] [3] ‘화신볼트산업’ 정순원 대표
해양플랜트·발전설비용 생산… 특수강으로 만들어 무게 수십㎏
“1994년 사장에 오를 당시에 비해 매출이 10배 이상 커졌고 지금은 미국 GE 같은 글로벌 기업에도 납품하고 있습니다. 화신볼트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게 꿈입니다.”
지난 8일 부산 사하구 장림동 화신볼트산업 본사에서 만난 정순원(63) 대표는 “IMF 외환위기, 조선업 불황 등 어려운 시기도 많았지만 잘 이겨냈다. 우리나라 대표 명문 장수 기업에도 선정됐으니 훗날 선친(先親)을 봬도 떳떳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화신볼트산업은 해양 플랜트, 발전설비 등에 들어가는 특수 산업용 볼트 제작 업체로, 지난해 매출은 231억원, 수출 비중은 35%에 이른다. 조선업 불황으로 최근 2~3년간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부터 다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미국 GE, 독일 지멘스 등이 거래처
창업주인 고(故) 정교채 대표가 화신볼트산업의 전신인 화신볼트공업사를 세운 때는 1965년. 볼트 도매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이었다. 정 대표는 “선친께서 미군 고철에서 나온 볼트나 국산 볼트를 파는 가게를 차렸는데 너무 조잡해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드셨다더라”며 “범일동 집 마당에 임시 건물을 짓고 직원 5명을 뽑아서 가내수공업 형태로 출발했다”고 말했다.
화신볼트산업 현황
처음에는 직원들이 자전거로 볼트가 가득 든 마대를 실어 날랐다고 한다. 그 회사가 이제는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등 조선 빅3는 물론 미국 GE파워, 독일 지멘스, 일본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스 등 글로벌 발전설비 업체들에 납품할 만큼 성장했다. 화신볼트공업은 1980년대 초반 경남 창원에 있는 현대양행(현 두산중공업)과 거래를 계기로 특수 산업용 볼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수 산업용 볼트는 고온·고압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니켈 합금강 같은 특수강으로 만들고 무게도 수십㎏에 달한다. 비싼 제품은 개당 가격이 수천만원 수준이다. 스팀터빈, 가스터빈 등 발전설비와 해양 플랜트에 주로 들어간다.
정 대표는 “처음에는 건축용 볼트만 만들었는데 발전 플랜트에 들어가는 수입 볼트를 보니 가격이 우리 제품의 10~40배나 되더라”며 “소재부터 하나씩 개발하면서 발전설비와 해양플랜트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는 글로벌 최대 발전설비 업체인 미국 GE파워에도 직접 납품하고 있다. 정 대표는 “원래는 중개업체를 통해 소규모로 납품했는데 미국 GE 본사에서 먼저 직접 거래를 하자며 연락이 왔다”며 “몇 달 동안 미국 본사 인력들이 생산 공정 등을 샅샅이 검증한 뒤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신볼트산업은 잠수함 국산화에도 큰 역할을 했다. 2009년부터 1800t급 한국형 잠수함 국산화 사업에 참여해 1400여개 볼트·너트를 개발·생산했고, 현재 진행 중인 3000t급 잠수함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사무·연구직 직원의 3분의 1에 달하는 14명을 품질 관리에 배치할 만큼 품질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정 대표는 “수조원을 들여 만드는 해양 플랜트도 작은 볼트 하나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완벽을 강조한다”며 “실제로 지난달 한 글로벌 발전기업은 중국산 볼트 불량으로 사고가 터지자 바로 납품을 중단시키고 우리 회사에 급히 주문을 넣기도 했다”고 말했다.
◇공장 확장, 신사업 진출 노려
화신볼트산업은 부산 강서구 명동지구에 현 공장의 두 배 규모인 1만6500㎡(약 5000평) 크기 신공장을 2021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다. 신제품을 위한 연구·개발(R&D)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 대표는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붐을 타고 성장 가능성이 큰 풍력발전용 볼트 생산을 늘리고, 진입 장벽이 높은 항공용 볼트 시장에도 진출 채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주력 제품인 발전설비용 시장을 넘어 새로운 분야로 확장하는 것이다.
“다른 회사들이 이름을 영어식으로 세련되게 바꿀 때에도 우리는 창업 때부터 이어온 ‘화신볼트’를 지켜왔습니다. 전 세계에 ‘볼트는 화신이 최고’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싶습니다.”